미국 원료의약품 공급망 변화, 한국 제약업계의 대응 촉구
중국이 미국의 원료의약품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2%에 달하면서, 내년 트럼프 정부의 재출범이 미국의 바이오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약전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인도에 이어 미국에 두 번째로 많은 원료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원료의약품 공급망의 다각화 필요성이 강조되며,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원료의약품 공급망을 분석한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이 자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원료의약품 제조업체가 제출한 신규 등록 문서(DMF)를 바탕으로 미국 내 공급망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원료의약품 공급망 등록량이 2000년에 비해 최근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는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중국의 원료의약품 등록 건수는 2000년 5%에서 지난해 32%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유럽과 미국산 원료의약품의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으며, 한국바이오협회는 정치적 환경 변화가 향후 의약품 공급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자국 원료의약품 생산을 늘리기 힘든 만큼, 중국과 인도산 원료에 대한 관세를 높이고 자국 생산 시설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원료의약품은 완제 의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다양한 물질들로,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제약사들이 대체로 중국과 인도의 저렴한 생산자를 선호하게 된다. 이 두 나라는 동시에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을 갖추고 있어 공급망의 다변화가 어려운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이들 국가가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제약업계는 심각한 공급난을 겪었던 사례도 있다.
한국 또한 중국의 원료의약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급률은 11%에 불과하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율은 34%에 달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가격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종근당바이오와 에스티팜 등 한국 기업들은 높은 약효와 낮은 불순물 함유량 등의 장점을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022년 한국의 원료의약품 생산 실적은 3조7682억원으로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체 의약품 생산에서 원료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소폭 상승하여 12.3%에 이르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정부의 생산 기술 개발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한 국가필수의약품 자급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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